정지井址
2015

괴목, 밤나무, 느티나무, 바둑판, 은행나무, 바퀴
157 x 155 x 115 cm

Courtesy of Lonti Ebers, New York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양혜규의 ‘가구 조각’에는 서로 다른 생활 방식과 시대적, 문화적 배경에서 유래한 잡다한 인테리어 미학이 반영된다. 2013년에 발표한 <편리한 오각형 좌석>Facilitating Pentagon Seating(2013)은 1960년대 유행했던 플라스틱 무늬목으로 된 9개 사다리꼴 단위로 구성되었다. 나지막한 탁자형 조각군이 품은 오브제들은 기능을 멈춘 것같이, 의미나 맥락이 단절되어 있다. 신작 <정지井址>에 등장하는 괴목 역시 구식 인테리어 소품 특유의 애매한 기능성과 비능률성을 보여준다. 아기를 닮은 인삼을 연상시키는 괴목은 윗면을 판판하게 다듬은 나무뿌리 탁자 위에 앉아 있다. 괴목의 괴槐 자는 귀신과 나무를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괴목이 본래 지시하던 회화나무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궁궐의 마당이나 출입구 부근에 심었다고 한다. 광원 조각이나 벽지 작업에는 유목, 괴목, 뿌리 공예가, <전치轉置의 시학>Poetics of Displacement(2011) 에는 수석 혹은 분재가 등장한다. 작가는 자연 형태의 상징, 나아가 영험함이나 빼어남을 투영하는 민간 전통과 컬트cult, 즉 ‘비주류적 형태 읽기’에 관심이 있다.
괴목의 맞은편에는 ‘집’을 두고 벌이는 경기인 바둑판이 결합되어 있다. 가로 세로 각 19칸씩, 총 361개 정사각형 칸으로 이루어진 바둑판의 기하학적 체계가 다른 문명의 문자, 달력, 경전 등에서 유래하는 원리와 흡사하다는 주장도 있다. 바둑돌이 없이 쓰인 숱한 우물 정井자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흥미로운 짐작을 말없이 품고 있다.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도록, 삼성미술관 Leeum, 서울, 한국, 2015)

 

전시 이력: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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