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2015년 2월 12일 – 5월 10일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사진 ©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영상: 양혜규 스튜디오

 

보도 자료

삼성미술관 Leeum은 2015년 첫 기획전으로 2월 12일(木)부터 5월 10일(日)까지 세계적인 설치작가 양혜규(1971~)의 대규모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01년 이후 발표한 대표작들부터 새로운 작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작까지 35점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특히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여 개인과 공동체를 둘러싼 역사, 문화, 정치의 맥락을 포괄적으로 돌아보는 양혜규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는 2006년 자신의 첫 국내 개인전을 인천의 한 폐가에서 열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과 본 전시에 참가하여 공감각적인 블라인드 작업과 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작업으로 세계 미술계의 호평을 받았다. 2010년 서울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가진 이후 뉴욕 뉴뮤지엄(2010),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미술관(2011), 영국 테이트모던 ‘더 탱크’ 갤러리(201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2013)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독일 카셀 도큐멘타(2012)에 참여했다. 2007년 세계적인 젊은 작가에게 주는 아트바젤 ‘발루아즈 미술상’을 수상   했으며, 2008년 독일 카피탈紙가 선정한 ‘세계 100대 미디어 설치작가’에 한국의 이불작가와 함께 포함됐다. 2014년에는 아트팩트넷이 선정한 ‘세계 300위 이내 작가’에 故백남준 작가, 김수자 작가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2000년대 시대 담론을 문학적, 역사적으로 추상화하여 시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양혜규는 서구 모더니티의 역효과, 그리고 세계화에  따른 문화적 평준화의 모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부으며, 우리 사회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5년만에 열리는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Shooting the Elephant 象 Thinking the Elephant》 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한 기치로 삼고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회복  으로, '코끼리'는 이에 대한 사유와 무한한 상상의 은유적인 매개이며 전시 전체를 개념적으로 아우른다. 영감을 주었던 조지 오웰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 Shooting an Elephant」와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 The Root of Heaven』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끼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순수한 자연을 의미하는 동시에 무너져버린 연약한 인간의 존엄성이고,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의 본성과 신념을 지킬 수 있게 한 강력한 자연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에게 코끼리는 되살려야 할 고귀한 인격 혹은 인간의 존재론적 존엄성일 것이다.

   기획전시장 입구 경사로 위에 설치된 작품은 신작 <솔르윗 뒤집기-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2015)이다. 미국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솔 르윗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1986)이란 작품을 23배 확장한  블라인드 설치 작품으로 솔 르윗 작품의 입방체 형태와 구성을 그대로 차용 했다. 대신 원작의 위 아래를 뒤집고, 크기를 확장했으며, 선적인 구조를 블라인드의 면으로 대체했다. 형식적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단일한 모듈이 반복되어 미니멀리즘적 요소를 지닌 블라인드의 특성을 잘 살린 작업으로, 이미 알려진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업의 큰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계열의 블라인드 작업을 예고한다.

짚풀을 엮어 만든 <중간 유형>(2015)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외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양혜규의 신작으로, 토속적이며 오랜기간 전해 내려온 짚풀이 갖는 인류학적 보편성과 민족적 개별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은 작품이다.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면서도 문화권마다 다른 특징을 보이는 짚풀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각 지역의 향토성을 살펴보면서, 물리적 거리를 넘어 이들 사이의 접점을 구현하려고 시도한다. <중간 유형>은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엘 카스티요’,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피어나는 튤립’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이슬람 사원 ‘라라 툴판’을 참조한 구조물 3점과 인체를 연상시키는 수직적인 개별 조각 6점으로 구성됐다.   

   <창고 피스>(2004)는 보관할 곳이 없던 작품들을 전시장에라도 보관하려는 작가의 궁여지책에서 비롯됐다. 23점에 달하는 작가의 초기 작품들이 미술품 운송업체가 포장한 상태 그대로 네 개의 운반용 나무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여 <창고 피스>로 재탄생했다. 영국에서 첫 선을 보인 <창고 피스>는 이후 여러 도시에서 전시되다가 2007년 하우브록 전시장에서 열린 <창고 피스 풀기>에서 포장을 모두 풀어 개별 작품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창고 피스>는 창작적 재구성, 전시 관행, 미술품 보관과 판매 등 예술 작품의 다층적 현실을 함축적으로 시사한다.

   <서울 근성>(2010)은 1994년 이후 해외에서 머물던 작가가 2010년 서울에 3개월 가량 체류하는 동안 제작한 작업이다. 광원조각은 보통 다양한 일상적 사물들을 옷걸이용 행거에 전선, 전구 등과 함께 메달고 얹으면서 어떤 인물을 형상화한다. 휴대폰 장식이나 가재 도구, 화장 도구, 장식용 조화, 욕실과 주방용품 등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된 개별 조각들은 해학적으로  펼쳐진 우리들의 진솔한 모습이다. ‘사이비’ 의료 기구, 약통, 인삼 뿌리 등에서는 건강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염려를, 기아한 화장 도구에는 외모에 대한 집착을 읽을 수 있다. 제목 <서울 근성>처럼 작가는 자신이 포착한 도시,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적인 작품으로 생생하게 나타내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근성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경의를 표현한다.

   <VIP 학생회>(2001/2015)는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사무실이나 집에서 사용하던 의자와 탁자를 대여하여 설치한 작품으로, 미술작품인 동시에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쉼터의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전시장의 관람객을 위해 가구를 제공한 이들의 흔쾌한 협조와 참여에 의미가 있으며, 빅뱅의 탑을 포함한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여 흥미를 더한다. <VIP 학생회>를  위해 수집된 가구의 다양한 기능, 상태, 유래 그리고 미학적 특성은 대여자의 다채로운 면모와 취향 등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VIP 학생회>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작가, 가구 대여자 그리고 관람객은 임시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2010년부터 시작된 <신용양호자들>은 보안 무늬가 인쇄된 편지 봉투를 주재료로 한 콜라주 연작이다. 봉투의 한 면은 칼로 재단하고, 다른 한 면은 손으로 뜯어 한데 붙여 정교한 줄무늬를 구성했다. 초기 작업은 대체로 수평적인 구성에 물결 무늬나 굴절 무늬로 변화를 주는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이었으나 점차 복잡한 구성으로 발전했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춤 - 신용양호자 #240>(2015)는 전시장 10미터 높이 벽에 맞춰 제작된 신작으로, 보안 봉투로 제작된 패널 21점이 강렬한 원색의 추상적 형상을 배경으로 설치됐다. 바위산에 새겨진 토템을 연상하게 하는 이 거대한 형상은 마치 유출에 취약한 개인정보를 지켜주는 수호자처럼 보인다.

   <성채>(2011)는 양혜규의 전형적인 블라인드 설치작으로, 블라인드와 빛의 조합, 그리고 냄새와 그림자를 아우른다. 186개의 블라인드로 이루어진 <성채>는 정방형에 가까운 ‘성곽’과 수직으로 뻗은 ‘탑’으로 구성된다. 눈높이로 걸려있는 블라인드는 시야를 방해하면서 우리를 <성채> 안으로 유인한다. <성채>의 바깥쪽에 설치되어 서서히 블라인드 표면을 비추는 6대의 무빙라이트는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동작 감지 센서가 장착된 향 분사기 6대는 관람객이 지나갈 때마다 모닥불, 산안개, 바다 등의 인공적인 향을 뿜으면서 다른 시공간을 연상시킨다.

   <상자에 가둔 발레>(2013/2015)는 <소리 나는 인물>(2013/2015) 6점과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2013)으로 구성된 작품군으로, 방울을 주재료로 한다. 블랙박스는 검은 암막이 드리워진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며,  바닥에는 흰색 나선형 궤도가 테이프로 표시되어 있다. <소리 나는 인물>은 그 궤도 위에 점점이 놓인다. 함께 서 있는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은 8대의 선풍기가 3단으로 달려 있는 기계 조각이다. 선풍기 중 일부는 놋쇠 도금된 방울이 날개 자리에 달려있어, 돌아갈 때마다 청아한 소리를 낸다. 이는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이기도 하고, 소리를 만드는 악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머리가 여럿 달린 기이한 기계이기도 하다.

   한편,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전시프로그램으로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큐레이터와 도록에 기고한 김성원 교수가 2월 14일(토) 14시에, 양혜규 작가는 3월 21일(토) 같은 시간에 전시강연회를 무료로 개최한다. 또한 체험 공간인 워크샵룸에서는 ‘리움 이웃 만들기’라는 주제로 관람객들이 옷걸이, 실, 고무줄, 방울, 짚풀 등의 재료를 사용해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이름을 지어주고 다른 관람객의 작품과 함께 공동체를 구현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전시 작품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 2015

소리 나는 의류, 2013/2015

중간 유형, 2015

VIP 학생회, 2001/2015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춤 - 신용양호자 #240, 2015

정지井址, 2015

삼세번 희부연이, 2015

창고 피스, 2004

서울 근성, 2010

만국 애도실, 2012

성채, 2011

쌍과 반쪽 - 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 2009

상자에 가둔 발레, 2013/2015

바람에는 팔이 없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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